#공감 詩/현대시인 100편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현대시인 애송詩100편중 14편]

meeko 2008. 4. 25. 11:16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랑하고
      한게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 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는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 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애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이.
      아름다운 한게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1996>
      꿈속에서[산사의 명상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