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날을 더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숫자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왔는지 까맣게 잊은 듯한 지금은 무엇을 느끼고 사는지...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밖에 내뱉지 못하고
내가 서 있는 이 어쩡정한 모습에 익숙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하루를 한 달을 그리고 일년을 지내다 보니
지금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무심코 바라본 나는
세월을 거슬러 갈 수 없는 현상들이 하나씩 습관처럼 생겨나고
눈도 침침해지기 시작해서 자꾸 눈을 부벼 대는 일상
비가 오려면 어김없이 몸이 아파오는 이 육체의 나약한 모습만을 역력하게 느끼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긴 한숨 지어보며
아직은 어색한 모습들에 순간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도 크게 요동치던 내 안의 감정덩어리들은 물러져 가고 있습니다.
몸이 달아 오르는 열정도 깊게 빠져 들게 하는 사랑도
서러움도 미움도 내 안에서는 점점 녹아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겁고 길게만 여겨졌던 삶의 여정이 조금은 가볍고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방향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그 길을 따라 가는 시간은 외롭고 고단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가야하는 길 앞에서 숙연해지는 담담함도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서 싹이 돋아 나를 잠재우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깊어만 간다고 하지만
나는 깊은 생각과 사색을 멀리하고 그저 가벼운 하루만을 보내길 바랍니다.
무심해지는 일상들...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되는 일상들...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나는 변해 갑니다
매년 똑같은 바람들 소망 언제나 이룰지 모를 꿈의 자리들은
나이가 들수록 초조하게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그 언덕에 다다를 것이라고 믿는 믿음은 버리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소망들이 바람들이 이 즈음에는 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또 다시 같은 꿈을 꾸기를 두려워 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는 이 시간에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가벼워지는 삶의 무게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