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ko 2010. 2. 21. 21:18

 

 

 

 

 

 

 

삶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반면, 비가 오면 뭔가가 일어난다.

병상의 노인들은 임종을 맞는 순간 '비가 왔다'라고 웅얼거려야 할 것이다.

그게 확신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사랑하고 사랑받은 것이 확실할까? 대단한 것들을 이루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솔직히 말해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도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일기예보가 그것을 증명한다. 비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은 사건들의 보석상자다.

비가 내리면 그날 하루는 더 이상 일에도, 서로가 나누는 진부한 말에도, 식사나 여행에도 속하지 않는다.

잎들이 몸을 떨고, 우산들이 펼쳐진다. 카페, 영화관, 그리고 서점들이 가득 한다. 유행도 더는 우리에게 옷 입는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되는 대로 서툴게 대비한다. 두건, 신문지, 외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빗속을 달린다. 우리는 문득 우리의 행선지에 관한 새로운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본다.

우리 삶의 리듬이 깨진다. 균열이라 말할 수조차 없지만, 갑자기 우리는 시적 무정부상태가 도래하는 것을 보며 기쁨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