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22

 

 

 

비는 잔치를 망친다. 국가적, 국제적, 공적, 사적인 잔치들이 난장판으로 변하고 만다. 결과는 폭탄을 맞은 것보다 더 참담하다. 곤봉과 최루탄으도 빗방울의 군중을 해산시킬 수는 없다. 무정부주의자들과 동맹한 비는 우리의 열정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정부와 기업의 계획들을 무산시킨다. 그것은 음악축제, 불꽃놀이, 혁명 기념일 퍼레이드, 올림픽 대회를 망쳐 놓는다. 신나는 일은 벌어지겠지만, 몇 달 전에 세운 전략대로는 아니다. 고위층 인사들은 신경질을 부리고, 진정제를 삼키고,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나가버릴 것이다. 소심한 사람들은 집에 틀어박혀 그들의 불필요한 걸음으로 거리의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 의무적인 기쁨들 속에 약간의 자유가 슬쩍 끼어들 것이다. 모든 비에는 혁명을 탄생시키는 원리가 녹아 있다.

비가 내리면 스포츠가 흥미로워진다. 축구선수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고, 근육질의 몸은 서툴지만 아름다운 동작을 취한다. 만연하는 도핑의 해독제인 비는 공, 징 박힌 운동화와 함께 뛰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