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기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힐 줄은 알았지만, 30분 거리를 차 안에서 3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봐줄 만한 일이지만, 3시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에는 할 말을 잃게끔 심한 지체였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라 길에 서 있는 모든 차가 나와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을 보면서.
저들도 같은 답답함에 매여 있겠구나 하니, 숨이 고르게 쉬어졌다.
멈추어 있을 때는 아주 조금만이라도 움직여준다면 좋겠다는 바램이 간절해 온다.
시속 10킬로미터라도 좋다고 그렇게라도 조금만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게 기어가다 보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길로 접할 수 있을 텐데...하면서 차 안에서 있는 내내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살아왔던 이 길도 어쩌면 오랫동안 멈춰지었던 지점들이 적지 않은 시간으로 채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마다 멈추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움직였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 속에 파고드는 생각들이 놓였다.
멈추고, 다시 움직이고, 그리고 또 다시 멈춤을 반복하다 보니 지금의 이 시간이 도래했고, 그리고 남은 것은 많은 후회뿐임을 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멈춘 시간이 많았을지라도 다시 걷게 되었던 시간도 있었으니, 결코 후회만 할 일은 아니었다.
나 자신이 너무 뒤처져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내 생각은 벌써 앞서서 뛰어가고 있고, 그러다가 또 다시 길에 버려진 돌 하나에 넘어지고 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
뛰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의 오류였다.
느리게 걷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저 앞서 나간 쫓아가야 한다는 한가지로 뛰려다가 넘어지기 일쑤였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느리게라도 걷고 있었다면, 나는 앞서 있는 사람을 앞질러 갈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을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이미 앞서서 가는 사람은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너무 멀리 달려갔기 때문에 나는 그를 볼 수도 없고 그가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사는 일이 부지런히 뛴다고 해서 앞서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느리게라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저지른 어리석음인 것이었다.
오늘 나는 느리게 걷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비록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이라도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갈 수 있다면, 결단코 멈추는 일을 되풀이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경종을 울린다.
뛰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느리게 걸어가는 길을 선택하여,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곧게 뻗은 길을 바라볼 것이다.
눈이 와서 차 안에 갇혀 있는 내내 겨우 위로가 되었던 음악들도, 고마운 일이라며 오늘 겪었던 교통의 지옥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라면서
새롭게 걸어가는 법으로 내일은 느리게 걷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