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詩/비(마르탱 파주)
비 28
meeko
2010. 7. 1. 23:16
비를 눈물에 비유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눈물은 증류가 아니라 발효 과정을 거친다.
비는 오히려 알코올이나 향수와 유사하다.
눈물은 와인의 자매다.
눈물은 떨어지지 않고 흐른다.
우리 눈앞이 흐려진다.
손수건만으로도 그 순간적인 근시를 깨끗이 닦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깜빡거리고 비벼보아도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중력은 그 두 현상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눈물은 길쭉한 반면, 빗방울은 위쪽 끝에 정자의 꼬리를 닮은 끈이 달린 작달막한 몸을 갖고 있다
(두 형태 사이의 혼돈은 재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탓에 그 둘을 똑같게 그린 르네상스시대의 삼류화가
시모네 페테르자노로 인해 초래되었다).
눈물은 슬픔과 喪을 장식하지만, 비는 삶과 사랑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