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e
얼마만에 편지를 써보는 것일까
막상 편지를 써보려니깐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 이 허무감은 무엇일까
내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일까
내 기억에 있는 사랑은 흘러가고 말았지만 사랑에 대한 기다림은 마지막으로 남겨둔 그리움으로 존재하는가
언제였던 그 시간들은 사랑이라는 것에 빠져 사랑이라는 지독함에 중독이 되어
나는 사랑 하나밖에 볼 수 없었던 시간도 있지 않았던가
사랑을 해야만 하는 시간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남겨 놓았지만
그 이야기들도 이제는 차마 꺼낼 수 없는 기억들로 저 만치 떠나가버렸고
다만 남은 것이 있다면 환상처럼 나타나는 꿈속에서의 환희뿐이 아닌가
사람의 품이 얼마나 가슴을 조이게 하며 사람의 손길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무덤덤한 신경을 자극하는 일들은
깨어있으면 느끼지 못하는 허망한 감각이라는 것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게 서러울 때가 있지 않은가
사람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다 한들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부르는 노래는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방이 막혀버린 골방에 갇힌 느낌이 아니던가
가끔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깊은 사랑을 받았던 시간들에 빠지고 싶어도 그때마다 울컥하는 설움에 복받치는 울음이 터져 차라리 그런 시간을 외면하고 사는 게 낫다면서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태초부터 하나가 아닌 둘로 살아온 에덴동산으로 시작되어진 사람의 모습인데 나는 다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자꾸 의문만 들고 포기라는 것을 하기도 하지 않던가
언젠가는 내게도 돌아올 한사랑이 있을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이 어리석음이라고 말하는 나는 과연 진심일까
내 나이 사십에 들어설 때 딱 30년만 함께 사람답게 살아갈 사람을 구하는 간절했던 기도는 과연 땅에 떨어졌다고 믿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게 힘들고 아픈 거라는 말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제는 부디 사랑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독백이 아닐까
사랑 때문에 허전하고 사랑 때문에 도리어 외로워 했던 슬픈 사랑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가슴이 뛰는, 사랑 때문에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오리라고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