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ko 2010. 8. 1. 02:27

 

 

 

 

 

 

 

  

 

 

 

 

 

 

 

 

 

 

오늘부터 휴가이지만 마땅히 휴가 계획조차 없어서, 사랑하는 후배 희진이라 춘천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다.

예전부터 김밥을 싸가지고 그야말로 어렸을 때의 추억처럼 소풍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리나케 김밥을 싸서 서울로 가서 희진이를 픽업하고 희진이가 준비한 아이스 카피라떼를 마시면서

우리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수다의 세계로 입성했다.

휴가철의 피크라고 메스컴에서 떠들어 대다보니, 살짝 교통체증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떠서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고 웃고 음악을 듣고 .......

휴..마치 모든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것 같은 체증은 좀체로 풀리지 않는다.

가도가도 제자리...

그러다가 마석을 조금 지나면서 차가 조금 흔들리더니 시동이 꺼진다.

계속해서 시동을 걸어보지만 자꾸 꺼지고...ㅠ

화도휴게소로 간신히 들어가서 긴급출동을 부르고, 차를 고치면서 춘천행은 아예 포기를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얼마만에 서울 경기를 벗어나는 일인데, 차가 말썽이다.

나는 복도 없지...........ㅠㅠ

그런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고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천마산 스키장 개울로 차를 돌려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그곳에서 소풍을 대신하는 휴식을 취한다.

산이라서 나무로 하늘을 가리우고 시워한 물은 더위를 금세 잊게 하며, 더 반가운 것은 바로 위에서 어느 분이 쉬지않고 섹스폰으로 찬송가를 연주한다.

박수를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길래.....우린 음악과 함께 산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 시간마저도 감사한 일이라면서

서로 위로하기에 바쁘다

어젯밤은 소풍을 가는 것에 대한 설렘으로 잠도 설쳤는데, 목적지에는 가지 못했어도 그래도 희진이랑 오랜만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물질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조건들이 많다면서 우리의 지난 시간을 허심탄회 토로하면서

모처럼 갖게 된 여유로움에 빠졌다.

사는 일이 이처럼 마음이 통하고 어떤 이야기들 하든간에 심지어는 부끄러운 일일지라도 인정해주면서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던진다.

오늘 하루는 내게는 커다란 웃음을 선사해준 하루였다.

그리고 늘 서로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희진이와 내가 함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