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던 시절에 대한 회상
........詩. 이준호
어디에 숨어 있을까
마저 담아내지 못하고
흘러버렸던 까마득한
시절의 이름들과
그날 아침나절의
해맑던 하늘 자락.
살며시 손 담그고
돌아서 온
자그마한 시냇가
검붉은 고추잠자리
떼 지어 놀던
마을 어귀 언덕길.
어디에 살아 있을까.
눈뜨면 내려앉아
다정히 동무가 되어주던
내 순수했던 시절의
늘 푸른 그 날의 산자락.
무성한 잎사귀 틈새에
지껄여놓은 귓속말들이
죄다 산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던
나의 아름답던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