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어떤풍경
작은 마음을 비워두겠습니다.
meeko
2011. 5. 18. 02:24
한때는 감정을 쏟아내는 일에
나 자신을 묶어낸 적도 있었습니다
한때는 사랑이라는 질퍽한 감정에
나 자신을 빠트리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갖은 슬픔을 동여맨 채
나 자신을 흐트러지게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모든 감각을 잃은 채
흐느적거리던 감정을
잃어버리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사랑, 이별, 그리움을
안고 살았던
한때가 그립기도 할 겁니다
모든 감각이 다시
꿈틀거리는 날이
만약에 다시 온다면
나는 슬픔이 없는 사랑의 강에
종이배를 접어 띄울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랑은
종이배의 모양새가 물에 젖어
찢어져 나가는
살을 베는 아픔마저도
내 안에서 녹아내릴 수 있는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작은 마음을 비워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