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ression
전날의 공연에 대한 후유증을 종일 앓았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그동안 쌓이기만 했던 스트레스를 거의 다 날린 것 같아서
오늘 무척이나 당황스런 일에도 약간의 화만 났을 뿐
잘 넘어갔습니다.
사실 어제 공연 내내 음악을 즐기면서도 내마음안에 있던 씁쓸한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와서 갈팡질팡을 해댔습니다.
젊은 시절, 그 시절에도 저는 우울하게만 보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집안이 많이 어려워서 힘들게 보냈던 시절입니다.
방 한칸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야만 했는데, 그때 내 삶의 진로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저는 무척이나 방황을 했습니다.
가난한 현실에 늘 숨을 죽이고, 한숨조차도 골목에 나와 쭈그리고 짓던 시간이었습니다.
온통 우울한 생각에 빠져, 표정도 몸짓도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때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음악도 밝은 음악이 아닌 우울한 음악만 골라서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상이 온통 우울한 일만 있을 뿐, 그래서 사랑에 쉽게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직 한 사람의 사랑에 목을 매고, 그 사람과 함께 우울한 세상으로 빠지게 되고
그것이 위로가 된다고 믿었기에 우리 두사람은 늘 우울한 삶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젊음은 하루하루 사라지고, 그 하루하루가 일년, 그리고 십년, 이십년.......
이렇게 지났습니다.
젊은 시절에 무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그렇게 무의미하게만 보낸 게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차라리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비단 저만 그런 후회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쓸데없이 의미없이 보낸 세월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제 락을 하는 젊은이들이 거의 발광 수준으로 음악을 즐기는데, 눈에 보이는 문신조차도 절대 거부감없이 보였습니다.
전같으면 작은 문신 하나에도 기겁을 했겠지만,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습니다.
야광봉을 흔들어 대는 일도 약간은 어색해서 주춤거리게 되는 불편한 현실들이 놓여 있습니다.
나이듦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이 들어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볼 때는 약간의 억지겠지만, 별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관절이 아파서 오래 걷기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그 피곤한 여정을 치르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젊었을 때 과감하게 도전이라는 걸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낸 게 못내 아쉬움 밖에 남질 못한다는 것을
이전에 알지 못했습니다.
열정을 객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만 남을 뿐, 남아있는 열정은 다 소진되었을 뿐,
남은 게 하나 없는 빈껍데기 같은 삶.
이런 삶이 너무 싫습니다.
그래도 뭔가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삶을 지향하면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이 사그러져서 겨우 한달한달을 겨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하나라도 한번 지독하게 좋아해보자고 달래봅니다.
음악이든, 글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오늘 내게 주어진 사람의 인연은 끈이 끊어진지 오래되어서 늘 혼자겠지만 그래도 홀로서는 일에 어색하지 않아서
충분히 홀로서기에 힘껏 힘을 다해 한 걸음을 내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우울하진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 시간이 오면 어김없이 침묵에 질퍽한 생각을 통째 뺏깁니다.
오늘도 이렇게 실패했습니다.
또 다시 이런 자초된 배에 상선한 것 같은 생각, 느낌이 지금 이 공간에 짙게 물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