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ko 2012. 1. 17. 01:14

뭔지 모를 이유로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의 소식을 늘 듣기만 하고, 찾아가지 않는 게 이유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속마음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치매로 인한 행동들이 너무나도 낯설지만은 않은 것은 이미 어머니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절대적으로 아버지에게는 오질 않았던 믿음이 깨져서 그런건지, 믿기지 않지만 현실로 다가온 아버지의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만 한다.

아버지를 뵐때마다 늘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부모와 자식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난 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최소한 내게는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꼭 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지만, 하루 아침에 금이 간 부분을 붙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이대로 풀지도 못한 채 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문제가 답답한 게 아니라

이별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한번도 내게는 따뜻하지 않았던 냉정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내 삶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나또한 그런 아버지에게 다정스럽게 다가서질 못했다.

어머니가 떠난지 일년도 채 안되었는데, 또 다시 아버지마저 가신다는 생각에 슬픔의 무게가 더해진다.

다 같은 자식이라 해도 마음이 더 많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믿고 싶은 나는 분명히 아버지 보다는 엄마에게 늘 마음이 더 많이 가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다.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동안 나는 진정 아버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차갑기만 한 사람이라는 게 무섭고 싫고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고 살았던 세월이 정녕 헛됨이었다는 사실을 뼛속까지 느껴지길 바란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