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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도종환
meeko
2012. 9. 2. 00:41
어 떤 날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 흘러갔으면.....
도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