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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부가(思亡父歌) / 정태춘
    #공간/음악 2010. 4. 19. 21:59

     

     

     

     

     

     

    사망부가(思亡父歌)  /  정태춘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거친 베옷 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바람 거센 갯벌 위로 우뚝 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 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 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 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 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배기에 상포자락 휘날리며

    요랑 소리 따라 가며 숨 가쁘던 그 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빛만 내리비칠

    아 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 말씀 들으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저 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 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 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 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 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 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 볼 수 없는 분 그 모습 기리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잔 부으러 나는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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