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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맨발 / 문태준 [현대시인 애송詩 100......97편]#공감 詩/현대시인 100편 2008. 5. 7. 04:35
▲ 일러스트=권신아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2003년> Michael Hoppe --- Lincoln's Lament
출처 : 구월애...글쓴이 : rabi77 원글보기메모 :'#공감 詩 > 현대시인 100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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