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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라고는 담을 쌓아놓고 산 지가 오래 되었는데,
얼마 전에 이사를 하고
집 근처에 있는 저수지를 걸어본다.
약 한 시간씩 걷다 보니
처음엔 조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mp3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걷는 시간이 참 좋아지고 있다.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저들도 건강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가끔 눈에 들어오는 연인들의 느릿한 걸음도 종종 본다.
손을 꼭 잡고 가끔은 진한 포옹도 서슴지 않고 하는 포즈들.
사랑하니깐 그렇겠지.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고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
그 마음은 혼자 걷는 나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
나도 그들처럼 그런 사랑하던 시간이 있었으니깐...
그때는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으려고
헤어지기 싫어서 집앞에 도착했어도
동네 어귀를 몇 바퀴를 돌고 집에 들어가곤 했었던 기억.
사랑하는 그 사람과 헤어지기가 어쩌면 그리도 싫었던지...
가끔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그 사람이 그립다기보다는 솔직히 그 사랑했던 시간들이 그리운 게
솔직한 나의 마음일 것이다.
더운 여름날에도 손에서 땀이 나도록 꼭 잡은 손을 결코 놓지 않고
함께 걷는 일만으로도 참 행복했던 시간.
엎어주겠다고 사람들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긴 거리를 힘들게 나를 엎고 걸어주었던 그 시간들.
그것은 사랑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내게도 그런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리고
가끔은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오늘 걷다 보니 별생각들이 다 떠올라서 혼자 웃어본다.
어쨌든 운동을 하기로 한 후에
나는 마음도 상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가지고 있던 핸펀으로 저수지를 찍어보면서
고인 물이라 결코 깨끗한 물은 아니지만,
내 집 주변에 물가가 있다는 것도 참 좋다.
나의 일상이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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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er....Kevin K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