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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마을 공장 한복판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는 동네 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주민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거기 있었고, 모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나무는 같은 자리를 지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사나운 비바람이 나무를 동강내고 말았다. 부러진 줄기는 온통 썩어 있었다.
겉모습은 병들고 노쇠한 상태였던 것이다. 긴 세월 동안 경탄의 눈길을 보냈던 주민들로서는 참나무한테 감쪽같이 속아왔던 셈이다.
속이 썩어가는 것도 모르고 늘 그 자리에 있어서 경탄만 하던 사람들의 실망이라는 게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을 현실에서 간간이 접할 때가 잦다.
우리에게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투시력이 없기에, 겉만 보고 거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다.
그 안이 얼마나 썩었는지 얼마나 시들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기에, 눈에 보이는 외적인 부분에만 의지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 썩은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았을 때는 원망도 하게 되고 자책도 하게 된다.
최근 들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투명함이라는 것이 속까지 훤히 비치도록 맑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대로
마치 깊은 산 속에 있는 옹달샘과 같은 맑음을 말하는 것이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나 자신만이라도 그렇게 살자고 하는 마음의 다짐들이 나를 채찍의 시간과 감동의 도가니로 집어넣는다.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바랄 수 없듯이 자신만이라도 투명한 삶이길 소망한다.
어쩌면 지나온 나의 삶도 썩어가는 나무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내 속이 얼마나 썩어가는지 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온 날들이 많았다.
믿음을 가지고 산다지만, 실상은 믿음 가운데 행함도 없이 살아왔고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속이며 살았던 시간이 분명히 많았다.
그러나 내 안이 그렇게 부패된 사실을 사람들에게는 감쪽같이 속였다 할지라도 나를 바라보시던 하나님은 아셨을 것이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눈으로 나를 보시면서 눈물도 흘리셨을 것이다.
나는 턱없이 부족한 함량이 미달한 믿음이었다.
내 믿음은 마치 우상에게 빌고 있는 어리석은 모습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믿음이 있다면서, 내 안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없고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지 못했다.
오늘 나는 함량미달이 되어버린 내 믿음을 묵상하면서 회개의 기도를 드린다.
끝없이 방황만 하던 모습,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썩어내려 가는 뿌리들을 잘라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들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잘라낼 칼날을 준비한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나무로 남아 살아야 한다.
뿌리부터 단단한 믿음으로 성장하면서, 줄기와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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