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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다는 것은
박상천님의 '헐거워짐에 대하여'였습니다.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가을빛에 자연도 차츰차츰 헐거워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앙다물고 있던 밤송이들도 가을 햇빛에
조금은 느슨해져 뾰족한 가시들 사이로 제 속을 드러내고
두꺼운 감나무 잎들도 좀 있으면 계절에 순응해
이파리들을 떨구고 곧 붉은 열매들을 내 보이겠죠.
헐거워짐이란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받아들일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보일 부분은 그렇게 내 보이는 것..
모든 걸 드러내거나 또는 꽁꽁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내보이는 그런 여유가
바로 헐거워짐 아닌가 싶어요.I Can`t Tell You Why / Ea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