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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혼자서 사나흘을 걸어갔지요
발효의 시간이었지요
가는 편지와 받아 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습니다
그대가 떠나고 난 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중의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이유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겠지요
이문재님의 '산책시편1'이었습니다.
세상이 자꾸만 빨라지면서
이제는 서서히 잊혀져가는 설레임들이 있습니다.
구겨버린 편지지가 책상 구석에 쌓일만큼
한글자 한글자 고민하며
정성스레 써 내려가는 편지.
언제쯤이면 이 편지가 그 사람의 손에 도착할지,
밤새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나면
설레임에 빨간색 우체통처럼 두볼이 빨갛게 물들어
괜시리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열을 식히기도 했었죠.
먼지가 쌓인 우체통 앞을 지날때면
가끔 그때의 설레임이 참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