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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4#공감 詩/비(마르탱 파주) 2010. 2. 21. 00:47
비는 내 감정들을 확인시켜준다. 몇몇 사랑은 비를 견뎌내지 못했다.
굳게 착색되지 못한 그 색깔들이 빗물에 씻겨 바래버렸다.
비는 붉은빛을 받아 삶에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사진 현상액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감정의 결정작용을 완성한다.
가끔 비는 나를 대상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 날, 관자놀이를 쳐대는 피, 콩닥거리는 가슴, 나는 한 친구에게 내 열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나는 아직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었다.
비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말다툼도 질투도 없는,또한 입맞춤도 교감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한동안 이어진다.
하지만 그 짝없는 사랑은 머지않아 실현된다.
비는 전조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남동풍이 폭풍우를 예고하듯, 비는 내가 사랑할 여자를 예고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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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e blue eyes / the velvet underground(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