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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水魔)가 다녀간 길은
가난한 자의 마음을
패이고 헤쳐났지만
언제 그런 어지러움이 있었나 싶게
세상의 하늘은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볼 수 있었던
하늘이 아니고
조금은 낯선 하늘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하늘 아래에서
살아왔던 것 같은데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기만 했습니다
하늘이 높아가고
눈이 부셔도 자꾸만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먼 길 떠난 님을
마중 나가는 마음과 다를 게 없습니다
가을 하늘은
눈부시게 맑고 곱게
마음이 아닌
우리의 눈앞에
먼 시간을 돌아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