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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탄제 / 김종일[현대시인100명의 애송詩 100편중 29편]#공감 詩/현대시인 100편 2008. 5. 7. 04:06
- 성탄제
- 김종일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 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 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선탄제의 밤이었을지
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
는 것은
눈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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