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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라진 손바닥 / 나희덕[현대시인100명 애송詩100편중 30편]#공감 詩/현대시인 100편 2008. 5. 7. 04:06
- 사라진 손 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을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을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을 들고 서있
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꺽인 체
꺼꾸로 쳐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꽃고 연못은
거대한 패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서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
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이 다시 온다면
<2004년>
Kevin_Kern_-_Water_Li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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