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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사슬들이 다 풀어 헤쳐진 날
내안의 짙은 슬픔이 다 빠져가는 날
내안의 알 수 없는 그리움마저 지워지는 날
그날이 오면
가벼이 떠날 수 있습니다.
언제인지 모를 그 날을
이렇게 고요히 계수하며 기다려봅니다.
머무른 날들이 조금은 길었지만
그날마저 가벼워질 수 있는
바로 그날이 오면
쉬이 떠나려합니다.
가고 오는 발걸음이 멈춰버린 정적만이 감싸지고
흔하게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마저 끊어지면
머무를 그 어떤 곳의 낯선 그림자로
살아가겠습니다.
끝내는 먼길을 돌아가야 하는
바로 그날이 오면
한숨짓던 가슴하나를 풀어보렵니다.
# 먼 길......김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