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그늘아래에서만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게 빛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어찌 빛이 어둠아래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어느 시인은 그늘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쩌면 나는 평생 그늘아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늘상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분명히 우리 어머님은 내 삶이 그리 되는 걸
절대로 상상도 못하셨을 테니깐요
그러나 나는 빛보다는 어둠아래에서
자신을 숨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을 어려서 부터 들었건만
나는 그 말씀대로 살지를 못했습니다.
그늘 아래에서 빠져나와서
진정 빛가운데 거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나의 임종시간을 자주 그려봅니다
어떤 모습으로 이 삶을 마칠지가
궁금하기 보다는
어떤 표정으로 마지막 시간에 있을지가
제일로 궁금해집니다
나는 웃으면서 가고 싶습니다.
환한 미소로 함빡 짓고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롭게 살다가 가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진정으로 의롭게
하루하루 거듭나는 기적 안에서 살다가야 합니다.
내 삶의 마지막 시간에
이 삶이 감사했다고
그렇게 마지막 고백을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은 끔찍할 정도로 험하게만 변해갑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으로요
그래서 이 땅에서 그런 길에 들어서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그늘마저도 버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어둠의 자식에서
빛의 자녀로 그렇게 살다가는 소망을
오늘도 십자가를 바라보며
품어 봅니다
2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