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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간혹 있습니다.
어떤 인삿말로 시작을 해야할지를 생각해보다가, 그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 텅빈 가슴을 바라봅니다.
마음을 비우자고 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가 가득 자리잡고 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마음도 비어있고 머릿속도 휑하니 비어있는 걸 보게 됩니다.
편지를 쓰는 일이 귀찮은 일이겠지만, 편지보다 더 나은 고백은 없었던 것 같아서
나의 일상이라도 담은 글로 보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신자가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망하기까지 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 당연한 일인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외로움이든, 쓸쓸함이든 가끔은 느껴보며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온통 메마른게 전부인 것 같이 살고 있는 일상 가운데 놓여 있습니다.
감정이라는걸 품고 사는 일이 버겁게만 여겼던 그 어느 날처럼, 다시는 그런 날을 맞이 할 수 없다는 게
조금은 내 자신에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한 계절이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계절이 안겨주는 작은 흔들림조차도 느낄 수없는 이 건조함에 더 머물러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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