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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두려웠던 것은
이별이 아니라
헛헛한 마음을 가라앉힐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훌훌 털고 일어설 만큼의
강한 의지가 다 소진되었다고 믿어왔기에
또다시 홀로 남아있어야 할 시간이 두려웠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있음에 대한
익숙해져 가는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두려웠던 것이다.
돌이킬 수 없을지라도
자꾸만 돌이키고 싶어하는 마음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사랑, 이런 사치스러운 마음에 쏟아낼 기력은
오래전에 사멸되었고
그리움, 이런 분에 넘치는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무뎌졌기에
어쩌면 나는 사랑을 믿고 살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아주 오래전부터 습관처럼 되어있던
덩그러니 놓여있는 혼자라는 시간이
조금은 변하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어울림의 소리를 듣고 싶었고,
귓가에 울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는데
그것은 한낱 품을 수 없는 꿈이 되어
또다시 침묵의 고행이 내 마음으로 파고들어 온다.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입으로 내뱉지도 말고
그저 내 안으로만 들여 마시는
하나의 호흡으로만 살아가야한다.
사람의 마음은 몹쓸 병과도 같아
아픔을 주고, 고통을 주지만
정작 그 병이 떠나가면
새 삶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된다.
비록 지금은 몹쓸 병에 걸려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머지않아 내게서 다 떠날 그 시간을 기다리며
억지로라도 지금부터 웃는 연습을 한다.